차량 사이버 보안 기술의 구조와 ECU 보안 대응
차량의 연결성과 함께 증가하는 사이버 보안 위협
자동차는 더 이상 폐쇄된 기계 장치가 아니다.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치와 연결되고, 외부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연결형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OTA(Over-the-Air) 업데이트, 차량 내 네트워크(V2X), 인포테인먼트와 스마트폰 연동, 자율주행 기능의 확대 등으로 차량은 외부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차량 사이버 보안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니라, 차량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 핵심 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차량이 주행 중 악의적인 제어 코드에 의해 조향, 제동, 가속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상황은 더 이상 가상의 위협이 아니다. 실제로 차량 해킹 실험 사례에서는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를 무단 접근하여 차량 기능을 조작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량 내부의 ECU 보안 구조를 강화하고, 네트워크 수준에서의 침입 감지, 데이터 암호화, 부팅 보호, 인증 절차 등이 포함된 다층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차량 사이버 보안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 요소들을 중심으로, ECU 보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이버 공격을 탐지하고 방어하는지, 그리고 실제 차량 보안 시스템에 어떤 구조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ECU 보안 체계의 구조와 주요 기술 요소
차량 사이버 보안은 일반 IT 보안과 달리 실시간성, 물리적 제약, 통신 범위 등 다양한 한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ECU는 실시간 제어를 수행하며, 이 제어가 중단되거나 변조될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도화된 보안이 요구된다. 1. 방화벽 (Firewall) 차량 내부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필터링하여 외부로부터의 불법 접근 시도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방화벽은 차량 외부와 연결된 게이트웨이(예: 텔레매틱스 유닛)에 설치되며, 허용되지 않은 포트 또는 IP 주소를 차단한다. 일부 차량에서는 내부 ECU 간 통신에도 방화벽 기능이 적용되어 네트워크 세분화를 통한 보안이 구현된다. 2. 침입 탐지 시스템 (IDS: Intrusion Detection System) 정상적인 통신 패턴과 비교하여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경고 신호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특정 ECU에서 비정상적인 주기로 대량의 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이를 비정상 행위로 간주하고 차단하거나 경고를 발생시킨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 탐지 시스템이 도입되어, 알려지지 않은 공격 패턴도 탐지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3. 안전한 부팅 (Secure Boot) 차량 ECU가 부팅될 때, 펌웨어가 무결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서명된 코드만 실행되도록 하고, 변조된 코드가 로드될 경우 부팅을 중단하거나 롤백을 시도한다. 이는 ECU를 대상으로 한 펌웨어 조작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4. 전송 데이터 암호화 (Data Encryption) ECU 간 또는 차량과 외부 서버 간 통신이 이루어질 때, 메시지를 암호화하여 도청이나 위변조를 방지한다. TLS(전송 계층 보안), MAC(Message Authentication Code), 키 교환 알고리즘 등이 활용된다. CAN 통신과 같은 기존 차량 내부 통신 구조는 기본적으로 암호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암호화 기능을 갖춘 보안 CAN, FlexRay 보안 확장 등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5. 인증 시스템 (Authentication) 각 ECU 및 외부 접속 장치가 정당한 장치임을 확인하는 기능이다. 무단 장치가 연결되어 통신하려 할 경우, 인증 실패로 차단된다. 이는 OTA 업데이트 시 필수적으로 적용되며, 제조사 인증서 기반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보안 기능은 단일 계층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ECU 수준, 네트워크 수준, 차량 전체 시스템 수준에서 계층적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차량의 메인 게이트웨이에는 방화벽과 IDS가 설치되어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지하고, 각 ECU 내부에서는 부팅 시 코드 무결성을 확인하는 Secure Boot가 작동한다. ECU 간 통신에는 암호화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 방지 기능이 수행된다.
차량 보안 기술의 확장성과 미래 대응 방향
차량 사이버 보안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보호의 개념을 넘어서, 차량 전체의 물리적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차량이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외부 디바이스 및 인프라와 상시 통신하게 되면서, 해킹의 진입 경로가 다양해졌고, 공격으로 인한 영향력도 커졌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차량 개발 단계에서부터 보안 설계를 반영하는 ‘보안 설계 기반 개발(Security by Design)’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ISO/SAE 21434, UNECE R155와 같은 차량 사이버 보안 표준이 제정되었다. 또한 OTA 업데이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차량 보안 소프트웨어도 주기적으로 패치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 보안 정책 관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향후 차량 보안 기술은 단순한 방어 중심이 아닌, AI 기반의 예측 대응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실시간 로그 분석, 이상 행위 패턴 예측, 보안 이벤트의 우선순위 판단 등 고도화된 보안 관제 체계가 차량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차량 사이버 보안은 차량의 디지털 뇌와 연결된 ‘신경계’라 할 수 있다. 이 신경계가 외부 공격에 의해 마비되지 않도록, 구조적, 논리적, 기술적 대응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단순히 해커의 위협을 막는 차원을 넘어서,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