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내연기관의 기술 진화
자동차는 산업화 이후 인류의 이동성과 물류 발전에 기여해 왔지만, 동시에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은 연료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탄화수소(HC), 미세먼지(PM) 등 다양한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이들 물질은 기후 변화, 호흡기 질환, 대기질 악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차량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왔다. 유럽의 유로(Euro) 규제, 미국의 EPA 기준, 한국의 LEV 및 K-ULEV 기준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배출가스를 허용하지 않으며, 차량 제조사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저감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연료의 연소 과정을 제어하거나, 배출된 가스를 정화하거나,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NOx는 고온의 연소 과정에서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생성되며, 고속 고출력 엔진일수록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NOx 저감을 위한 기술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시스템이다. EGR은 연소실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 시스템으로 다시 순환시켜 연소 온도를 낮추고, 그 결과로 NOx 생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비교적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큰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모두에 적용된다. EGR 외에도 삼원촉매(TWC), 선택적 촉매 환원(SCR), 디젤 미립자 필터(DPF), 공기 연료비 조절 기술 등이 함께 활용되며, 이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배출가스 저감 체계를 구성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어 로직, 센서, 정밀 연료 분사 기술이 연계되면서, 오늘날 내연기관 차량은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면서도 동력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GR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실차 적용 구조
EGR은 배출가스 중 일부를 다시 흡기 시스템으로 유도하여 연소실 내부의 산소 농도를 낮추고, 연소 온도를 저감시켜 NOx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연소 온도가 약 2,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NOx가 생성되는데, EGR은 이 온도를 150도 이상 낮추어 NOx 생성 조건을 회피하게 만든다. EGR 시스템은 크게 배기가스 취출 라인, EGR 밸브, 냉각기(EGR Cooler), 흡기 라인으로 구성된다. 엔진 제어 유닛(ECU)은 엔진의 운전 조건(속도, 부하, 온도 등)을 기준으로 EGR 밸브를 조절하여 배기가스 유량을 제어하며, 이를 통해 연소 온도와 NOx 배출량을 동시에 제어하게 된다. 디젤 엔진에서는 특히 EGR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젤은 고압 고온으로 연료를 분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NOx 생성이 많다. EGR은 연소실 내 산소 농도를 조절하면서도 엔진 출력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고정밀 유량 제어, 고속 응답형 밸브, 냉각 성능이 높은 쿨러 등이 적용된다. 가솔린 엔진에서도 EGR은 유효하지만, 직접분사 방식(GDI)의 등장 이후에는 NOx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라 EGR의 활용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LP-EGR(Low Pressure EGR) 방식이 도입되어, 터보차저 이후의 저압 배기가스를 흡기로 순환시키는 구조로 고속 고부하 영역에서의 NOx 저감 효과를 높이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EGR 유로 내부에 센서를 설치하여 유량, 온도, 압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ECU는 이를 바탕으로 피드백 제어를 수행한다. 또한 EGR 유로의 카본 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 세정 기능이나 주기적 청소를 위한 진단 로직이 함께 작동되며, OBD(On-board Diagnostics) 시스템을 통해 관련 이상을 감지하고 경고등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EGR은 엔진의 연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EGR 적용은 연소 효율을 높이고, 연료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EGR 유입은 연소 불안정, 출력 저하, PM 증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정밀한 제어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최신 EGR 시스템은 기계적 설계보다 제어 전략의 정교화와 센서 기술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 규제 시대, 내연기관의 생존 전략으로서의 EGR
내연기관이 점차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단기간 내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의 배출가스를 저감하고,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다. EGR은 그 중심에 있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며,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NOx 억제 방법으로 오랜 기간 검증되어 왔다. EGR은 별도의 촉매나 화학적 처리 없이, 기존 연소 구조를 활용하여 NOx를 줄이는 기계적 방식이기 때문에 유지관리와 시스템 적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고부하 상황에서의 출력 저하, 오염 축적에 따른 내구성 문제, 고속 응답에 대한 제어 난이도 등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개선이 요구되는 요소다. 최근에는 전자제어식 EGR, LP-EGR, 고온 냉각 EGR 등 다양한 응용 구조가 개발되어 실차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도 EGR 기술이 병행 적용되어 연소 온도 제어에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NOx 센서, PM 센서, 배기 후처리 시스템과의 연계가 강화되어, 배출가스를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형성되고 있다. 미래에는 EGR이 단순한 기계식 배출가스 제어 기술을 넘어서, 전체 파워트레인 제어의 일부로 통합되어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엔진의 열 효율, 연료 소비, 배출가스 저감, 출력 최적화 등 모든 요소에 영향을 주는 조절 변수로서, EGR은 차량의 성능과 친환경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EGR은 내연기관이 당면한 환경 규제와 성능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며, 향후에도 계속해서 진화할 자동차 파워트레인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