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전자제어 구조의 분산에서 통합으로의 진화
자동차 산업은 과거의 기계 중심 설계에서 전자제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존재한다. 각 ECU는 차량의 특정 기능을 담당하며, 독립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되고, 차량이 더 많은 기능과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면서 이러한 분산 구조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차량 내 ECU 수는 100개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며, 이로 인해 통신 지연, 데이터 중복, 개발 복잡성, 관리 비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가 바로 ‘도메인 컨트롤러(Domain Controller)’ 기반의 제어기 통합 설계다. 도메인 컨트롤러는 관련 기능을 영역별로 묶어 하나의 고성능 제어기에서 처리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시스템 아키텍처를 간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한다. 기존의 기능 단위 ECU를 도메인별로 통합하면, 차량 전체의 구조는 크게 파워트레인 제어, 섀시 제어, 차체 및 운전자 지원, 인포테인먼트 등 4~5개의 도메인으로 재구성된다. 각 도메인은 고성능 SoC를 기반으로 한 중앙 제어기를 가지며, 그 아래에 각종 센서 및 액추에이터를 연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도메인 컨트롤러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기존 ECU 구조를 통합하는지, 각 도메인의 역할과 구조적 장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도메인 기반 차량 제어기 통합 구조와 구성 영역
도메인 컨트롤러 기반 설계는 기능의 분산을 줄이고, 연산 능력과 통합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조다. 각 도메인은 관련 기능을 하나의 제어기로 묶어 통제하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로 나뉜다. 1. 파워트레인 제어 도메인 엔진, 변속기, 구동 시스템 등을 통합 제어한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인버터, 전기모터까지 포함되며, 동력 흐름과 에너지 최적화를 관리하는 중심 도메인이다. 빠른 응답성과 열 제어 연동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2. 섀시 제어 도메인 서스펜션, 조향, 제동 등 주행 안정성과 직결된 기능을 통합한다. EPS, ABS, ESC, 에어 서스펜션 제어기가 이 도메인 아래에 포함되며, 차량의 동적 거동을 정밀하게 통제한다. 3. 바디 및 운전자 지원 도메인 차체 편의 기능과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가 이 영역에 포함된다. 도어 제어, 시트 조절, 라이트, 와이퍼, HUD,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의 장치가 포함되며, 자율주행 기능도 이 도메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4. 인포테인먼트 및 HMI 도메인 디스플레이, 오디오, 텔레매틱스, 네비게이션, 음성 인식, 스마트폰 연동 기능 등을 통합하며, 고속 데이터 처리와 사용자 경험 향상 기능을 중점으로 한다. 고해상도 그래픽 처리가 가능해야 하며, 연결성 보안도 중요하다. 이러한 도메인 구조를 기반으로, 각 제어기는 고속 이더넷 또는 CAN-FD 기반 통신으로 연결되며, 중앙 게이트웨이 혹은 통합 클러스터 형태의 ‘존 컨트롤러(Zone Controller)’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시스템 간 데이터 흐름이 단순화되고, 중앙 집중식 분석 및 통제가 가능해진다. 또한 각 도메인 컨트롤러는 OTA 업데이트, 자가 진단, 암호화 통신, 기능 안전 기능 등을 기본 탑재하며, 국제 표준(ISO 26262, AUTOSAR)에 맞춘 소프트웨어 구조를 갖는다.
도메인 제어 구조의 장점과 미래 확장성
도메인 기반 제어 시스템은 차량 구조의 간소화, 부품 수 감소, 통신 지연 최소화, 데이터 통합 처리 등의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기능 간 협조 제어가 가능해져, 예를 들어 조향 제어와 차선 인식 시스템을 하나의 도메인 내에서 실시간으로 연동시킬 수 있다. 설계 측면에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리 개발이 용이해지고, 기능 확장 시에도 모듈 단위로 관리할 수 있어 유지보수와 기능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에는, 기능 대부분이 코드 기반으로 운영되며, 도메인 컨트롤러는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반 구조가 된다. 향후에는 도메인 구조를 넘어, 다수의 도메인을 통합한 '중앙 컴퓨팅 구조(Centralized Architecture)'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이 구조에서는 하나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차량 전체를 실시간으로 통합 제어하며, 자율주행 기능과 인공지능 기반 판단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 도메인 컨트롤러 설계는 차량의 전자제어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정교한 기능 연동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기반이며, 차량이 데이터 중심으로 진화해가는 흐름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핵심 기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