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을 놓지 않은 테이크다운, 균형을 지배한 포지션 유지, 5라운드 판정까지 흔들림 없었던 전략
2025년 1월 18일, 캘리포니아 인글우드에서 개최된 UFC 311 메인이벤트에서 이슬람 마카체프는 레나토 모이카노를 상대로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다. 이 경기는 테이크다운의 정확도, 그라운드에서의 포지션 유지 능력, 그리고 라운드 후반까지 이어진 집중력과 계획된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공식 통계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마카체프의 경기 운영을 세부적으로 정리했다.
주도권을 놓지 않은 테이크다운
경기의 출발점은 항상 누가 먼저 리듬을 잡느냐에 있다. 이번 경기에서 마카체프는 시작부터 모이카노를 상대로 테이크다운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율해냈다. UFC 공식 통계에 따르면 마카체프는 총 12번의 테이크다운을 시도해 8번을 성공시켰고, 성공률은 약 67%였다. 단순히 시도 횟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매 시도마다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라운드 중반, 마카체프는 앞손 잽으로 모이카노의 중심을 위로 유도한 뒤 더블레그로 전환해 손쉽게 그라운드로 전개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빈틈을 정확히 짚어낸 계산된 움직임의 결과였다. 이후에도 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모이카노가 타격 중심 운영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마카체프는 레벨 체인지와 앵글 전환으로 방어를 흔들었다. 상대가 페인트를 줄 때마다 리듬을 끊는 방식으로, 테이크다운은 단지 포인트 획득의 수단이 아니라 압박 수단으로 작동했다. 모이카노는 테이크다운을 막기 위해 중심을 낮췄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체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이는 마카체프의 타격에도 영향을 주었고, 결국 모이카노는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균형을 지배한 포지션 유지
테이크다운은 단순히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후 상위에서 어떻게 포지션을 유지하느냐가 진짜 실력이다. 이슬람 마카체프는 이 부분에서 확연한 격차를 보였다. 그가 상위 포지션에서 버티는 시간은 총 9분 이상으로 집계되었으며, 특히 사이드 컨트롤과 하프가드 전환이 매우 빠르고 정교했다. 2라운드에서는 모이카노가 한 차례 힙 이스케이프를 시도했지만, 마카체프는 언더 훅과 무릎 압박을 통해 이를 완벽히 제어했다. 단 한 번도 포지션이 뺏기지 않은 채 라운드를 마무리했으며, 여기에 체중 압박과 짧은 엘보가 더해지며 유효타까지 적립하는 모습은, 단순한 방어형 그래플러가 아닌 '공격형 컨트롤러'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 MMA전문지에서는 “마카체프의 포지셔닝은 마치 가르치기 위한 데모 시연을 보는 듯했다”며, 경기 내내 포지션 유지의 우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정리했다. 모이카노는 경기 내내 마운트나 백 포지션을 단 한 번도 확보하지 못했고, 상위에서 제대로 된 타격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결국 마카체프의 포지션 유지 능력은 상대의 의지를 꺾는 심리적 압박으로도 이어졌고,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모이카노의 움직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5라운드 판정까지 흔들림 없었던 전략
경기 운영의 최종 완성도는 라운드 후반에서 드러난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아직 체력 여유가 있는 상대를 상대로 자신의 무기를 펼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4라운드 이후부터는 본인의 집중력, 체력 분배, 그리고 전략 수행 능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카체프는 4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다시금 중심을 낮추며 테이크다운을 시도했고, 사이드 컨트롤에서 짧은 엘보를 누적시켰다. 타격 자체는 강하지 않았지만, 위치 선정과 움직임 제한 효과가 컸다. 모이카노는 팔을 빼지 못한 채 수비에만 집중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인 주짓수 전환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5라운드에서는 더더욱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마카체프는 중거리에서 짧은 스트레이트와 킥으로 상대를 압박하다가, 순간적인 레벨 체인지로 다시 상위 포지션을 확보했다. 테이크다운 이후에도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타격과 컨트롤을 번갈아가며 잔잔하게 점수를 쌓았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라운드 종료 시까지 단 한 차례의 리스크 없이 전개되었고, 심판 전원의 점수카드에 ‘50-45’라는 숫자가 적히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경기 종료 후 마카체프는 “나의 시합은 계획대로 완벽하게 흘러갔다. 오늘은 내가 왜 챔피언인지 증명하는 밤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모이카노는 “준비는 충분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마카체프는 한 수 위였다”고 인정했다. UFC 311 메인이벤트는 챔피언이 경기에서 얼마나 오차 없이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