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격 분산, 공격 리듬의 변화, 완성도 높은 5라운드 전략
UFC 312의 메인이벤트는 드리퀴스 뒤 플레시와 션 스트릭랜드의 미들급 타이틀전 2차전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뒤 플레시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스트릭랜드를 상대로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뚜렷하게 드러난 타격 배분, 리듬의 조절, 그리고 전체 라운드 운영에서의 세밀함은 타이틀 보유자의 면모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정확한 타격 분산
경기의 전반부터 뒤 플레시는 거리 확보와 타격 타이밍 조절을 바탕으로 스트릭랜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총 314회의 유효타 시도 중 147회를 적중시킨 수치는 단순히 양적인 우위가 아니라, 적절한 부위에 효율적으로 데미지를 누적시킨 결과로 봐야 한다. 반면 스트릭랜드는 263회 시도 중 128회 적중으로 맞받아쳤으나, 눈에 띄는 타격 분산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4라운드. 뒤 플레시는 오른손 직선 스트라이크로 스트릭랜드의 코를 강타했고, 이후 스트릭랜드는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보이며 순간적으로 리듬을 놓쳤다. 이 일격은 단순히 데미지에 그치지 않고, 이후 5라운드까지 이어지는 경기 흐름 전체를 바꿔놓은 전환점이 되었다. 스트릭랜드는 특유의 잽 중심 운영을 유지했지만, 플레시의 사이드 무브와 훅 타이밍 앞에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유효타 비율에서 점점 밀려들어 갔다.
공격 리듬의 변화
이번 경기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뒤 플레시의 공격 리듬 조절 능력이었다. 초반에는 탐색전을 펼치듯 여유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중장거리 타격을 섞었고, 스트릭랜드가 들어오는 순간마다 펀치 페인트로 반응을 유도했다. 상대가 전진 타격을 시도하면 빠르게 측면으로 빠지거나, 반격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 역공을 펼쳤다. 중반 이후에는 리듬이 바뀌었다. 그가 단순히 물러서지 않고, 전방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스트릭랜드는 계속해서 펜스 쪽으로 밀려들었다. 단발 중심의 공격에서 조합 타격으로 전환하며, 킥과 펀치를 섞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후반 라운드에서는 연속 콤비네이션 이후 다시 거리 확보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전개가 매우 정교하게 이어졌다. 스트릭랜드는 분명히 강한 턱과 복원력을 갖춘 파이터였지만, 뒤 플레시의 유연한 리듬 전환 앞에서는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정면 싸움보다는 리듬과 템포에서의 차이가 이번 경기에서의 체감 격차를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
완성도 높은 5라운드 전략
결과는 세 명의 심판 모두가 50-45, 50-45, 49-46으로 드리퀴스 뒤 플레시의 손을 들어주는 만장일치 판정승이었다. 점수만 보면 일방적일 수 있으나, 경기 내용은 치밀함 속에서 서서히 벌어진 점수차였다. 라운드마다 포인트를 쌓아간 방식이었고, 확실한 결정타와 흐름 전환은 경기 후반에 집중되었다. 스트릭랜드는 한두 차례 효과적인 잽과 중거리 반격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전체적인 라운드 운영 면에서는 뒤 플레시의 견고함을 넘지 못했다. 코가 골절된 이후로도 끝까지 버텨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지만, 판정 결과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었다. 경기 직후 스트릭랜드는 “솔직히 오늘은 내가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고 밝히며 패배를 인정했고, 플레시는 “오늘 이 경기를 통해 내가 왜 챔피언인지 보여줬다”며 방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날 경기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정교한 전술 운영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를 입증한 사례였다. 드리퀴스 뒤 플레시는 자신이 만든 구조 안에서 경기를 끝까지 통제하며, 다음 방어전에도 기대를 갖게 만드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