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 내부는 전자제어장치(ECU),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네트워크 등 수십 가지 전자부품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전자 시스템이다. 이러한 전자 장치들이 고속으로 동작하면서 발생하는 전자기파 간섭(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은 차량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외부 전자기파(라디오, TV, 휴대폰 기지국 등)로부터 유입되는 전자기 간섭(EMC, Electromagnetic Compatibility)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자동차 전장 설계 시 EMI 소스를 최소화하고, 외부 간섭으로부터 전자부품을 보호하는 대응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글에서는 전장 EMC·EMI 대응 설계의 기본 원리와 주요 요소(케이블 차폐, PCB 레이아웃, 필터 및 클램프, 접지 및 그라운드 플레인 설계)를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차량용 규격(ISO 11452, ISO 7637, CISPR 25 등)에 따른 테스트 절차와 인증 방법, 실제 설계 사례(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장 네트워크 모듈, 인버터 제어기 등)를 통해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노하우를 제공한다. 각각의 기술적 기법이 어떤 원리로 EMI를 저감하고, EMC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지 단계별로 정리해, 차량 개발 엔지니어와 설계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MC·EMI 개념과 자동차 전장 설계 중요성
자동차 내부 전자장치는 에어백, 엔진 제어, ABS, 스티어링 제어와 같은 안전 관련 시스템부터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통신 등 편의 기능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각종 전자부품과 센서가 빠르게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회로 내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잡음(EMI)이 발생한다. 고주파 잡음은 회로 선로를 따라 전도(conduction)되거나, 전기장이 공간을 통해 누화(radiation)되며 주변 회로에 간섭을 일으킨다. 반대로 외부 전자기파(라디오 주파수, 전력선 잡음, 휴대폰 기지국 신호 등)가 차량 내부로 유입되어 전자장치 동작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전자기 호환성(EMC) 문제라 부른다. 즉, 자동차 설계 시에는 자사가 발생시키는 EMI를 최소화하고, 외부 노이즈로부터 장치를 보호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electric vehicle)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고전압 배터리, 인버터, 모터 구동 회로 등 고출력 전력 전자부품이 추가되면서 더욱 강력한 EMI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인버터의 PWM(pulse width modulation) 구동 주파수가 수 kHz~수십 kHz 대역으로 동작할 때, 코일과 스위칭 소자에서 방사 전파가 발생해 근처의 디지털 회로나 통신 모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차량 외부에서 유입되는 강력한 라디오 주파수(RF) 신호는 전장 제어기의 오작동, 센서 신호 왜곡, 통신 단절을 초래해 주행 안전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따라서 자동차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EMC·EMI 대응을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설계 기법과 부품 선택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차폐(shielding)와 필터링(filtering), 접지(grounding), PCB 레이아웃 최적화, 케이블 차폐 설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차폐는 구리 시트나 알루미늄 호일, 금속 메시(mesh) 등을 이용해 전자파가 외부로 방사되지 못하도록 막거나, 외부 전파가 내부 회로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둘째, 필터링은 전력선이나 신호선에 LC 필터, 클램프 회로, 페라이트 코어(ferrite bead) 등을 설치해 특정 대역의 고주파 잡음을 제거한다. 셋째, 접지는 EMI 저감과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필수적인데, 접지는 단순히 모든 부품을 동일한 전위로 묶는 것뿐만 아니라 적절한 접지 영역(ground plane) 디자인, 접지 노이즈 방지(ground bounce) 기법 등이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PCB 레이아웃에서는 신호 경로를 짧게 하고, 전원 레이어와 신호 레이어를 분리하며,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를 구분 배치하는 방식으로 EMI 영향을 최소화한다. 특히 고주파 스위칭 소자 주변에는 별도의 그라운드 플레인과 전원 플레인을 설계하여 반경 5mm 이내 노이즈가 회로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어한다.
또한 자동차용 EMC 규격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ISO 11452는 차량 내부 각 부품에 대한 전자파 내성(실드 룸 또는 오픈 에어 테스트 방식), ISO 7637은 전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과도 전압(transient voltage)에 대한 내성을 다룬다. CISPR 25는 차량용 전파 방사 표준으로, 각 전장 모듈이 발생시키는 방사 전파가 일정 기준 이하인지 측정한다. 이러한 규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차량을 개발해 양산하더라도 해외 및 국내 인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출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 전장 설계에서 EMC·EMI 대응은 차량 안전과 신뢰성, 그리고 인증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이다. 서론에서는 EMI·EMC의 기본 개념과 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설계 초기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기법을 개괄했다. 다음 본문에서는 구체적인 설계 기법별 대응 방법과 실제 설계 사례를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한다.
EMC·EMI 대응 설계 기법과 실무 노하우
자동차 전장 부품의 EMI 저감과 EMC 대응을 위한 설계 기법은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차폐(Shielding), 필터링(Filtering), 접지(Grounding) 및 PCB 레이아웃(Layout) 설계 기법, 그리고 케이블 및 커넥터 설계 기법이다. 아래에서 각 기법의 구체적인 절차와 실무 팁을 상세히 설명한다.
1. 차폐(Shielding) 설계
차폐는 전자파 방출(Radiated Emission)을 줄이고 외부 전파 유입(Immunity)을 막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주요 대상은 인버터, 전장 제어기(ECU), 전력 모듈, 인포테인먼트 제어기 등 고주파 스위칭 소자가 탑재된 전장 모듈이다.
① 차폐 재료 선정: 금속 박판(알루미늄, 구리)이나 금속 메시(Metal Mesh)를 이용한다. 알루미늄은 가격이 저렴하고 가벼우나 전기 전도도가 구리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차폐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구리는 전도도가 높고 EMI 차폐성능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높고 중량이 늘어난다. 최종적으로는 차량 부품 무게와 비용, 성능 요구사항을 종합해 재료를 선택한다.
② 차폐 케이스 설계: 차폐 케이스는 전장 모듈 전체를 둘러싸는 금속 케이스를 말한다. 커버와 베이스로 구성되며, 이음새(Gap)와 나사 조임(Flange) 부위가 EMI 누설 경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음새 간극은 0.5mm 이하로 유지하고, EMI용 전도성 가스켓(Conductive Gasket)을 삽입해 틈새를 최소화한다. 베이스와 커버 사이의 접촉압력이 고르게 분포되도록 나사 구경과 체결 토크를 관리한다.
③ EMI 차폐 메쉬 적용: PCB 상단이나 인접 부품 사이에 EMI 차폐 메쉬를 추가로 배치하여 고주파 방사를 국부적으로 억제한다. 예를 들어 고속 스위칭 MOSFET 위에 메쉬를 배치하면 회로에서 방사되는 전자파가 금속 메쉬에 흡수되어 외부로 누설되는 에너지가 감소한다. 메쉬 패턴은 방사 주파수 대역에 따라 설계 밀도를 다르게 하며, 일반적으로 1GHz 이상 대역에서는 메쉬의 선폭과 간격을 0.5mm 이하로 설계한다.
④ EMI 테스트 및 검증: 개발 초기 단계 프로토타입에서 차폐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실드 룸(Shielded Room)에서 Radiated Emission 테스트와 Radiated Immunity 테스트를 수행한다. Radiated Emission 테스트는 30MHz~6GHz 대역에서 차폐 케이스 내부 PCB가 방사하는 전자파를 측정하며, CISPR 25 규격에 따라 리미트값을 충족해야 한다. Radiated Immunity 테스트는 차량 내부에서 외부 RF 신호(900MHz, 2.4GHz 등)가 유입될 때 회로가 오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회로가 오작동할 경우, 케이스 설계나 EMI 가스켓 재질을 재검증해 차폐 성능을 개선한다.
2. 필터링(Filtering) 설계
필터링은 전원선이나 신호선에 LC 필터, 페라이트 비드, 트랜지언트 전압 억제기(TVS) 다이오드 등을 삽입해 고주파 잡음을 제거하는 기법이다.
① 파워 라인 필터 설계: ECU 전원 입력부나 인버터 DC 링크 커패시터 직후에 LC 필터를 배치한다. 예를 들어 DC 12V 전원으로 동작하는 ECU의 경우, L(인덕터) 값은 수십~수백 μH 수준, C(커패시터) 값은 0.1μF~1μF 수준을 사용한다. 페라이트 비드를 전원선에 직렬로 연결해 고주파 잡음을 흡수하며, 인덕터는 필터 상단에서 대역을 차단하고 커패시터는 그라운드에 고주파를 방출하도록 설계한다.
② 신호 라인 필터 설계: CAN, LIN, FlexRay, Ethernet 같은 버스 통신선에 페라이트 비드를 적용해 고주파 잡음 차단 효과를 얻는다. 특히 100BASE-T1, 1000BASE-T1 같은 차량용 이더넷 PHY 앞단에 Common Mode Choke를 삽입해 차동 신호 모드를 유지하면서 공통 모드 잡음을 격리한다. 신호선 필터의 삽입 위치는 노이즈 발생원이 가까운 쪽으로 선택해야 효과가 크다.
③ 트랜지언트 보호 회로: ISO 7637 규격에 따라 차량 전원선에 발생할 수 있는 과도 전압(전압 스파이크, 리플렉션)을 억제하기 위해 TVS 다이오드 또는 TVS + 인덕터 조합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12V 시스템의 경우, 고속 응답 타입 TVS 다이오드를 사용해 ±100V 이상 순간적으로 유입되는 전압 스파이크를 클램핑(Clamping)한다. 과도 전압은 자동차 시동 시 또는 전기장치 간 전원 스위칭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므로, 해당 보호 회로가 없으면 ECU가 손상될 수 있다.
④ 필터 검증: 개발 후반부에서 Conducted Emission/Conducted Susceptibility 시험을 수행해 필터링 효과를 검증한다. Conducted Emission 테스트는 DC 전원선이나 신호선으로 전도된 노이즈 전력(150kHz~30MHz 대역)을 측정하며, CISPR 25 규격에 따라 수치 한계를 만족해야 한다. Conducted Susceptibility 테스트는 전원선에 외부 잡음 신호(1kHz~400MHz, ±200V 피크) 주입 시 회로가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한다.
3. 접지(Grounding) 및 PCB 레이아웃 설계
접지 설계는 EMI 저감과 신호 무결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이다. 잘못된 접지 설계는 지상 바운스(ground bounce)나 지상 루프(ground loop)로 인해 신호 왜곡, 오작동, EMI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① 싱글 포인트 접지(Single Point Ground)와 멀티 포인트 접지(Multi-Point Ground) 구분: 저주파(DC~300kHz) 전원 레일은 싱글 포인트 접지를 적용해 전류가 한 지점으로 모여 흐르도록 한다. 고주파 신호 경로는 멀티 포인트 접지를 사용해 접지 면적을 극대화하고, 기생 인덕턴스를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신호와 아날로그 신호가 동일한 접지 면적에서 간섭을 일으키지 않도록 분리 설계한다.
② 그라운드 플레인(Ground Plane) 분리: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 전원 부품과 통신 부품의 그라운드 플레인을 분리하여 EMI 간섭을 최소화한다. PCB 레이어 구성 시, 최상단과 최하단 레이어에 그라운드 면을 할당하고, 중간 레이어에 전원 레일과 신호 레이어를 배치한다. 그라운드 플레인을 분할할 때는 좁은 연결 통로(Orphaned Ground)나 에어 갭(Air Gap)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배치해야 한다.
③ 신호 라우팅 및 경로 제어: 고속 신호선(예: CAN FD, Ethernet PHY, LVDS 카메라 인터페이스)은 그라운드 레이어 바로 아래에 배치해 임피던스 제어를 수행하고, 신호가 PCB 내부를 지나갈 때 직접적인 그라운드 면과 접촉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신호의 전송 손실(Transmission Loss)과 반사(Reflection)를 줄인다. 또한 신호가 90° 각도로 꺾이는 구간은 최소화하고, 각도는 45° 이하로 설계해 회로 간 결합 정전 용량(Coupling Capacitance)을 줄인다.
④ 접지 분리 및 연결: PCB 상에서 디지털 접지(Digital Ground, DGND)와 아날로그 접지(Analog Ground, AGND)를 분리하고, 전원 접지(Power Ground, PGND)는 별도 레이어로 설계한다. 최종 접지는 한 지점에서만 연결하고, 고주파 잡음이 많이 발생하는 전력 스테이지는 별도의 접지 경로를 사용해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이때 접지 연결 부위는 플러그인 커넥터나 납땜부가 아닌 메탈 간격이 넓은 구역을 사용해 저저항, 저인덕턴스 접지를 구현한다.
4. 케이블 및 커넥터 설계
자동차 내부 전원 및 데이터 케이블은 차폐(Shielded Cable) 및 트위스티드 페어(Twisted Pair) 구조를 사용해 전도 및 방사 잡음을 억제한다.
① 차폐된 케이블 구조: 케이블은 내부 신호선을 알루미늄 호일(Aluminum Foil)이나 구리 메시(Copper Mesh)로 감싸 차폐층을 형성한다. 전원 케이블과 데이터 케이블 모두 차폐층을 통해 외부 전파가 내부로 침투하거나, 내부 잡음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전기차 인버터나 고전압 배터리 케이블은 금속 실드층을 두 번 이상 감싸 다중 차폐(Multi-Shielding)를 적용해 수 MHz~수백 MHz 대역 잡음을 억제한다.
② 트위스티드 페어(Twisted Pair) 구조: 두 가닥의 신호선을 함께 꼬아 꼬임 주기를 1cm 이내로 유지하면, 외부 전파의 간섭을 상쇄시킬 수 있다. 이 구조는 CAN, LIN, FlexRay, Ethernet 통신선에 모두 적용되며, 100BASE-T1, 1000BASE-T1 등 고속 이더넷 케이블도 트위스티드 페어 설계로 제작된다. 차량용 이더넷 케이블은 최대 15미터 길이에서도 1Gbps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엄격한 차폐 및 꼬임 설계 기준을 갖춘다.
③ 커넥터 차폐: ECU나 센서, 인포테인먼트 모듈 등 각 부품 간 연결에 사용되는 커넥터는 반드시 금속 차폐(AEMI 접지 쉘)를 갖춘 차폐형 커넥터를 사용한다. 커넥터 내부 신호선과 전원선은 플라스틱 하우징 대신 메탈 실드로 둘러싸여 있으며, 하우징에서 차폐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커넥터 단자부에서의 누설 전파를 방지하고, 외부로 유입되는 전파가 ECU 내부 회로로 침투하지 못하게 한다.
④ 케이블 배치 및 결속: 차량 내부 배선은 엔진룸, 차체 프레임, 도어, 트렁크 등 다양한 구간을 지나게 된다. 이때 케이블을 고정 브래킷이나 클램프를 이용해 진동과 마찰에 의한 피로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전원선과 데이터선을 분리 배치해 전원선에서 발생하는 전도 잡음이 데이터선에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케이블 결속 시에는 케이블 묶음내부의 각 케이블 간 간격을 5mm 이상 확보하고, 모서리를 지나는 부분에는 보호 슬리브(sleeve)를 적용해 절연 파괴를 방지한다.
위와 같이 차폐, 필터, 접지, 케이블 설계 등 네 가지 주요 기법을 실무에 적용하면 자동차 전장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EMI를 효과적으로 저감하고, 필요한 EMC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 다음 절에서는 실제 설계 사례를 통해 각 기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상세히 살펴보겠다.
실제 설계 사례 및 향후 기술 발전 방향
아래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력 변환 모듈, ADAS 센서 인터페이스 등 대표적인 자동차 전장 모듈별로 EMC·EMI 대응 설계 사례를 제시하고, 향후 개발 시 고려해야 할 기술적 방향을 정리한다.
1.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EMI 대응 사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 네트워크 모듈(Wi-Fi, Bluetooth), 고해상도 디스플레이패널, 터치스크린 컨트롤러 등을 통합한 복합 전장 모듈이다. 이 모듈 내부에는 고속 CPU, 메모리, 디코더, 스피커 앰프 등 다양한 전자회로가 집적되어 있어 전자파 노이즈가 다량 생성될 수 있다.
① 차폐 케이스 및 EMI 가스켓 적용: 인포테인먼트 ECU는 알루미늄 케이스로 제작하고, 케이스 커버 및 베이스 사이에는 전도성 EMI 가스켓을 삽입해 밀폐성을 확보했다. 커버와 베이스를 체결하는 나사 구멍 주변에는 접지 부스를 추가로 설치해 차폐 손실을 최소화한다.
② 전원 및 신호 라인 필터 적용: 5V, 12V 전원 입력부에 LC 필터와 TVS 다이오드를 조합해 전원 라인으로 전도된 EMI를 억제했다. HDMI, USB, Ethernet 같은 주변부 통신 인터페이스 앞단에 Common Mode Choke(공통 모드 초크)와 페라이트 비드를 삽입해 고주파 잡음을 걸러준다.
③ PCB 레이아웃 최적화: CPU 및 메모리 클럭 라인 등 고주파 트레이스와 오디오 신호선을 분리하고, 디지털 전원 플레인과 아날로그 전원 플레인을 독립 배치했다. 전원부(DC/DC 컨버터, LDO)와 디코더 칩 주변에는 별도의 그라운드 분리 레이어를 두어 전력군(interference domain)을 최소화했다.
④ EMC 테스트 결과: 프로토타입 상태에서 CISPR 25 Class 5 방사 방출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150kHz~1GHz 대역에서 5 dBμV 이하의 방사 노이즈를 기록하여 인증 기준을 통과했다. 또한 ISO 11452 ESD(정전 방전) 테스트 시 ±8kV Contact, ±15kV Air 방전을 통과해 외부 정전기에도 안정적인 동작을 확인했다.
2. 전력 변환 인버터 EMI 대응 사례
전기차 인버터는 고전압(400V~800V) 배터리 전력을 모터 구동 신호로 변환하는 모듈로, 강력한 PWM 스위칭 신호가 생성되며 EMI 수준이 매우 높다.
① 차폐 및 패키징: 인버터 전력 모듈(SiC MOSFET 기반)은 전용 알루미늄 하우징 패키지로 감싸고, 내부 DBC(Direct Bonded Copper) 기판 위에 SiC 칩을 실더(solder)로 부착했다. 패키지 상단에는 물-공랭식 콤보(cooler) 방열 블록을 결합해 열 전도 경로를 확보했다.
② 필터 구성: 인버터 DC 링크 커패시터 직후에 LC 필터(L = 47 µH, C = 2.2 µF)를 추가해 스위칭 잔류 고주파 성분을 제거했다. 3상 AC 출력단에는 5 µH Common Mode Choke와 X2 클래스 EMI 커패시터(0.1 µF)를 병렬로 배치해 방사 방출을 억제했다.
③ PCB 레이아웃 및 접지: 고주파 스위칭 노드(Drain)와 그라운드 레이어의 간격을 0.5 mm 이하로 유지해 임피던스 경로를 짧게 설계했다. 전원 및 스위칭 전류가 흐르는 레이어는 그라운드와 다층 PCB 구조로 분리하고, 고전류 경로가 그라운드와 별도 접지 포인트를 갖도록 설계해 그라운드 루프를 줄였다.
④ EMI 테스트 통과: Radiated Emission 테스트에서 30 MHz~1 GHz 대역에서 최대 35 dBμV 수준 이하 결과를 기록하여 CISPR 25 Class 3 기준을 만족했다. 또한 ISO 11452 Bulk Current Injection(BCI) 테스트를 수행해 10 V/m 환경에서도 모터 제어 신호 이상 없이 동작함을 확인했다.
3. ADAS 센서 인터페이스 EMI 대응 사례
ADAS 센서(레이더, 라이다, 카메라)와 ECU 간 통신은 이더넷(100BASE-T1, 1000BASE-T1), CAN FD, FlexRay 등의 고속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LiDAR와 레이더는 mmWave 대역(24 GHz, 77 GHz)에서 동작하므로 차량 내부 EMI가 센서 신호를 혼취할 가능성이 크다.
① 센서 모듈 차폐: 레이더 센서 모듈은 알루미늄 주조 케이스를 사용해 내부 RF 회로를 차폐하고, 안테나 주변에는 고성능 금속 필터(metal waveguide filter)를 추가해 원치 않는 측파대(Spurious Emission)를 억제한다.
② 이더넷 PHY 필터링: 1000BASE-T1 PHY 통신선 앞단에 Common Mode Choke와 페라이트 비드를 적용해 차동 신호 모드를 유지하면서 공통 모드 노이즈를 차단한다. 또한 각 포트에 디커플링 커패시터(0.01 µF, 50 V 클래스)를 병렬로 연결해 고주파 성분을 그라운드로 방출한다.
③ 접지 및 레이아웃: 고주파 RF 회로는 별도 그라운드 패턴을 PCB에 삽입하고, 센서 모듈 내부 전원부와 RF 회로부를 분리해 EMI 상호 간섭을 최소화했다. 전원 공급선과 신호선은 서로 다른 그라운드 플레인으로 분리되고, 메탈 차폐 케이스와 PCB 그라운드는 도금된 접지 패드로 연결하여 복합 EMI 경로를 차단했다.
④ 검증 결과: 레이더 센서 모듈 제조 후 ISO 11452-2 Stripline Test에서 1 V/m RF 유입 시 데이터 오류율이 0.01% 미만으로 측정되었으며, ISO 11452-3 TEM Cell Test에서도 ±30 V/m 전자파 환경에서 정상 동작을 확인했다.
이처럼 실제 설계 사례에서는 각 모듈별 특성을 고려해 차폐, 필터, 접지 및 PCB 레이아웃, 케이블 차폐 등의 기법을 조합하여 EMI 저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한 각 단계에서 ISO 11452, CISPR 25, ISO 7637 등 국제 규격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여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미래 기술 발전 방향
앞으로 자동차 전장 EMC·EMI 기술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① 고주파 대역 대응: 자율주행 레이더가 140 GHz 이상 초고주파 대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기존 차폐 재료와 기술로는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속 나노깁질(Nanolaminate) 또는 복합 재질 차폐(Material Composite Shielding)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메타물질(Metamaterial) 기반 차폐 솔루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② 통합 EMI 관리 플랫폼: ECU, 센서, 인버터 등 여러 전장 모듈에서 수집된 EMI/EMC 측정 데이터를 클라우드 플랫폼에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머신러닝 기반 이상 패턴 탐지(All-in-One EMI Monitoring)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EMI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펌웨어 업데이트나 차폐 개선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③ 고집적 전장 모듈: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의 복합된 기능을 하나의 컴퓨팅 플랫폼(SoC: System on Chip)으로 통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때 단일 칩 내부에서 고전력 전자부품과 디지털 회로가 공존하기 때문에, 칩 내부 레이아웃과 패키징 차폐, 칩 외부 차폐, PCB 기판 설계가 모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3D SiP(SiP, System in Package) 패키징과 고밀도 PCB 레이어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④ 고급 필터 및 회로 기법: 전원 및 신호 회로용 필터 기술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EMI 필터에 MEMS 기반 가변 커패시터, 실리콘 기반 절연형 모노리스틱 필터(Monolithic Integrated Filter)를 적용해 주파수 대역에 따라 실시간 주파수 응답을 조절하는 능동형 필터(Active EMI Filter)가 개발될 전망이다.
⑤ 신뢰성 중심 표준 및 테스트 강화: 자동차 기능 안전(ISO 26262)과 결합된 EMC 표준(ISO 21434, ISO 24089 등)이 제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반 EMI 시뮬레이션 및 가상 검증 기술(Virtual EMC Validation)이 발전하여,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EMI 문제를 예측하고, 실제 시제품 없이도 설계 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전장 EMC·EMI 대응 설계는 차량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앞으로 고주파 대역 확대, 통합 EMI 플랫폼, 고집적 패키징, 고급 필터 기법, 신뢰성 중심 표준 등이 결합되어 한층 더 정교하고 신뢰성 높은 EMC 대응 솔루션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전장 개발자는 최적의 EMI 저감 설계를 구현하여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